딜레마

밤이면 잠이 오질 않는다, 뭔가 낮에 있었던 일들, 저녁이 되어서야 생명을 되찾는 나의 핸드폰, 따뜻한 피부의 감촉을 찾아 한참동안 거리를 헤메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엔 왠지모를 피곤함. 예전같았으면 바를 찾았을 시각에 집구석에 박혀 이것저것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죽이고 잠들기 전 정작 그 시간동안 했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한 불안감,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원망, 자꾸만 시간을 재며 따져보는데에 또 밤이 흐른다. 하루하루 가까워오는 이별, 네겐 전하지도 못할 말들을 뇌까리며 그렇게 밤속으로 흐른다. 잠을 자려다 말고 지하철 안의 화면에서 나왔던 어느 가수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it's always better when we're together... 아, 정신차려


일은 점점 바빠져가고. 오늘은 첫 월급을 받았다. probation중, 원래 받아야할 금액의 반정도가 나오는 기간에 한 달도 채 근무하지 않았기에 차비나 나오겠거니 했는데, 막상 급여 명세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이 돈을 어떻게 써야 잘썼다고 하려나. 그냥, 첫 월급 받은 기념으로 진토닉이 한 잔 먹고 싶은데, 내 옆에 앉아 피식, 웃는 나를 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아, 외로워. 라고 또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카드고지서, 백화점 DM, 각종 요금 세금 고지서로 가득찬 우체통. 내게는 텅 빈 우체통. 그리고 텅 빈 나의 방. 텅 빈 공간. 텅 빈 어둠. 텅 빈 밤. 또 그렇게 밤으로 흐른다

그렇게 내겐 너무 힘든 아침, 숨막히게 나를 죄어오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는 무기력하게 또 다시 텅 빈 밤을 꿈꾼다. 낯선 이들과의 끊임없는 대면, 목소리까지 바꿔야 하는 시간의 연속, 나는 그렇게 텅 빈 밤을 그린다. 텅 빈 밤은 외롭다. 그렇게 벗어날 수 없는 하루가 흐른다



내 일,이 좋다. 그로 인해
내일도, 좋다.

하지만, 아, 아무것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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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Lying in a featherbed will not bring you fame, nor staying beneath the quilt, and he who uses up his life without achieving fame leaves no more vestige of himself on earth than smoke in the air or foam upon the water.

- Lines from Dante's Inferno